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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 제29대 박경서 회장 취임사 전문 2017-08-22
작성자 운영자 조회수 1922

[ 대한적십자사 제29대 박경서 회장 취임사 전문 ]

 

“한반도‧동북아시아 인도주의 공동체의 건설을 꿈꾸며”

 

 

 

대한적십자사의 29대 회장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

저를 축하해 주시기 위해 참석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특히 바쁘신 시간에도 함께 해 주신
존경하는 장충식, 이세웅 총재님, 중앙위원님, 지사 회장님,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님, 봉사회 전국협의회 임원, 전국 RCY 동문회 임원과 지도교사 선생님, 적십자 사우회,
그리고, 모든 내외귀빈, 적십자 가족 여러분 감사합니다.

한국 적십자운동 112년의 역사 속에서
인류보편의 인도주의 가치를 지키고 실천해 온 전국 봉사원들과 임직원들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적십자운동의 현장에서 묵묵하게 헌신해 오신 모든 분들께 존경과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처음 적십자를 만난 때는 1982년 2월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적십자 본부에서 걸어서 불과 5분 거리에 있는

제네바에 본부를 둔 세계교회협의회(WCC)
아시아국장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적십자운동 창시자 장 앙리뒤낭이 쓴 ‘솔페리노의 회상’이라는 책을 통해
‘인간의 근본적인 삶의 의미, 그리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라는
가르침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 가르침을 바탕으로 저는 20여 년간 국제기구에서 일하며
기아와 전쟁,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히는 현장을 방문하고 지원하면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나눴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국제적십자사연맹과도 인연이 되어
르완다, 스리랑카, 미얀마 등 분쟁지역과 북한을 지원하며
‘인도주의 힘(The Power of Humanity)’을 몸소 체험하였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서고 보니, 제 삶도 또한, 제 이름에 따라붙는 ‘평화’와 ‘인간존중’이라는
수식어처럼 인도주의를 실현하고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적십자 정신과 똑같은 하나의 길이었습니다.

장 앙리 뒤낭과 모든 적십자 구성원들이
1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도주의라는 하나의 가치를 지켜왔습니다.

저 또한 적십자의 보편타당한 가치,
국제적십자 운동을 지속 가능케 하는 7가지 원칙,

인도, 공평, 중립, 독립, 자발적 봉사, 단일, 보편의 기본원칙을 마음속에 새기겠습니다.

이제 저의 경험과 지식을 밑거름으로
적십자의 소중한 이상과 가치를 실현하는데 주어진 책임과 소명을 다할 것을 여러분 앞에 다짐합니다.

존경하는 적십자 가족 여러분!
1905년 대한제국 정부에 의해 설립된 대한적십자사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4·19혁명, 남북적십자회담, 5.18광주민주화운동,
세월호 그리고 크고 작은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좌절과 절망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어 온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8월 15일, 대통령께서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이산가족 문제와 같은 인도주의적 협력을
하루빨리 재개 할 것을 북측에 촉구하였습니다.


저는 과거 1980년대부터 29 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했었고

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만나기도 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2015년 11월 북한을 8일간 방문하여

주민의 삶을 살펴보았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남북한이
이념과 체제의 차이로 분단되어 있지만 결국에는 한 민족으로서

하나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남북협력과 분단 극복의 출발점은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한 대화에 있다고 믿습니다.

유대인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노력을 통해 평화를 이룬,
전 서독 총리 빌리 브란트는 '평화가 전부는 아니지만 평화 없이는 아무것도 소용없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한 국제적십자 운동은
전 세계 곳곳에서 대화와 평화적 수단을 통해 분쟁을 해소하는데 선구자적인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남북 적십자도 예외는 아닙니다.
비록 지난 몇 년간 남북의 대화가 단절되었고 상호신뢰가
크게 훼손되었지만 과거 남북 적십자는 인도주의 정신으로 신뢰 회복과 대화의 물꼬를 텄던 경험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북한적십자와 닫힌 마음을 풀고
서로 열린 마음으로 조속히 대화할 수 있기를
진정으로 희망합니다.
대화를 통해 ‘한반도 인도주의 공동체’를 회복하여
전쟁 위협 없는 평화공존의 시대를 여는 것이
남북 적십자가 공동으로 수행해야 할 역사적 사명이라고 믿습니다.

사랑하는 적십자 가족여러분!
‘일하는 젊은 적십자사’ 그리고 ‘섬기고 나누는 적십자사’의
실천으로 선진적십자사의 비전을 이웃 나라들에게 제시하고자 합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하였습니다.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이제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례없는 정치적 격변기를 보냈으며,
위대한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을 맞이하였습니다.

우리 또한 국민의 눈높이와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사회의 안전과 공동체까지 위협하는
예측 불가능한 재난에 대응하는 전문적인 역량이 필요합니다.

소득 악화 등으로 인한 복지‧의료 사각지대 빈곤층을
보다 두텁게 보호해야 합니다.
여전히 사회적 배제와 차별로 고통 받는 이주자의 취약성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해외 긴급지원과 개발협력사업은 국제수준에 부합하고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권리를 보장받는
제가 말하는 ‘인간의 존엄성’입니다.
그리고 우리 적십자사가 추구하는 ‘인도주의 가치 실현’일 것입니다.
나눔과 섬김, 봉사와 헌신을 바탕으로 하나로 뭉친 적십자운동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온 소중한 ‘공공자산’입니다.

적십자는 지금까지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오며
곳곳에 누적된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비정상을 개선하여 왔습니다.
적십자사의 다양한 인도주의 활동 못지않게
적십자사 회장으로서 중요한 책임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기부금을 담는 그릇은 투명하고 깨끗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2016년 전면 도입한 국제회계기준(IFRS,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을
안정적으로 시행하여, 사회적인 신뢰를 회복하고
선진적십자사로서 유리알처럼 투명한 경영을 통해
국제적 위상을 정립해 나가겠습니다.

효율적으로 활동하는 조직은 군더더기가 없고 가벼워야 합니다.
아직도 국민이 우리를 낡은 관료적인 조직으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이기 위한 일회성 행사와 관행적 업무 방식과
안일한 사고로 예산을 낭비하거나,
비효율적 조직과 인력운영으로
우리 스스로의 목소리와 존재감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지 차분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업무 시스템은
국제 기준과 국민의 눈높이가 척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만이 우리가 건강한 적십자사로, 일하는 젊은 적십자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장 큰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적십자 가족 여러분!

마지막으로 우리들의 소통을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갈등은 소통의 부재에서 나타납니다.
저는 결혼식에서 주례를 할 때마다
신랑 신부에게 자신의 생각을 1/2로 줄여
하나가 되라고 강조합니다.
그래야 부부는 일심동체가 될 수 있습니다.

모든 선진국은 합리적 보수와 이성적 진보가
비판적 협력을 통해 둘이 손잡고
제3의 길로 도약하여 국가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사회도 나의 생각을 1/2 줄이고 상대를 존중하는
‘1/2의 사고’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만 ‘2분의 1 더하기 2분의 1은 하나’가 될 수 있듯이
우리가 서로 소통하게 될 것입니다.

비행기가 양 날개의 균형을 통해 공중으로 치솟듯이,
우리도 적십자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살피고,
서로 소통하며 하나가 되어 제3의 길인
인도주의 본연의 운동을 전개해 나갑시다. 

다시 한 번 국민의 눈높이에서
지구촌 어디서나 갈등, 폭력, 대결, 전쟁이 있는 곳에
모든 적십자 가족과 함께 적십자 인도주의 가치가 지켜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취임사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 8. 18

대한적십자사 제29대 회장 박 경 서

*전체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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